크나큰 울림을 말하다
주역(周易)에 동성상응(同聲相應)하고 동기상구(同氣相求)한다는 기록이 있다. 같은 소리끼리 공명(共鳴)을 일으켜서 같이 울리고 같은 기운(氣運)은 서로 구하고 서로 통한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끼리끼리 모이기 마련이다. 물은 물끼리 모여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불은 불의 기운을 불러 모아서 높은 곳으로 타올라 간다.
남자는 남자끼리 모이고 여자는 여자끼리 모이며 늙은이들은 늙은이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모인다.
술은 술을 부르고 마약은 마약을 부른다. 그래서 술꾼들이 술을 끊기 어렵고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끊게 어려운 것이다.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는 복수를 낳으므로 한 번 시작한 싸움을 완전히 끝내기는 어려운 것이다. 병은 병을 부르고 죽음은 죽음을 부르며 약은 약을 부르고 생명은 생명을 부른다.

어렸을 때 보았던 벤허라는 영화에서 벤허의 연인이며 하녀인 에스더가 복수를 다짐하는 벤허에게 한 ‘개는 개를 부르고 피는 피를 부른다’는 말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유대의 갑부였던 벤허는 멧살라에게 모함을 당하여 집안이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되고 노예선에 끌려가서 크나큰 고통을 당했으나 로마 해군 총독의 목숨을 구해 준 덕분에 예루살렘으로 금의환향하여 멧살라에게 복수를 하려 하지만 에스더가 이를 말려서 용서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중국의 <패사회편(稗史匯編)> 심음류(審音類)에 공명(共鳴) 현상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당나라 때 조소기(曹紹虁 618 – 907)라고 하는 이름난 악공(樂工)이 있었다. 그 무렵에 음악에 관한 한 조소기를 능가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소기는 위도필(衛道弼)과 함께 음악에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있었다.
낙양(洛陽)에 있는 좌불사(座佛寺)의 승방(僧房)에 경자(磬子)가 하나 있는데 한밤중에 스스로 소리를 냈다. 경자란 불상 앞에 절을 할 때 흔드는 구리로 만든 종을 가리킨다. 작은 종이 스스로 소리를 내므로 승려들은 경자에 귀신이 붙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이를 무서워하여 병이 생겼다. 그래서 의술과 도술과 점술에 뛰어난 사람들을 불러서 경자가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게 해 달라고 했으나 아무도 경자가 저절로 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조소기는 주지승과 친분이 있었으므로 조소기는 승려들의 병을 살펴보기 위해 좌불사로 찾아갔다. 주지 스님은 스스로 우는 경자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그때 마침 갑자기 점심 공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서 경자도 같이 울렸다.

조소기는 웃으면서 주지 스님에게 말했다.
“내일 스님께서 나한테 한 턱을 내면 종소리를 멎게 해 드리겠습니다.”
주지 스님은 조소기의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므로 한 번 믿어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주지 스님은 음식을 정성들여 잘 차려서 조소기를 대접했다. 조소기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 호주머니에서 줄칼을 하나 꺼내더니 경자의 표면을 여러 군데 갈아서 상처를 냈다. 그 뒤로 경자가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주지스님은 이를 매우 기이하게 여겨 조소기에게 물어 보았더니 조소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경자(磬子)와 승방 안에 있는 종의 음률(音律)이 서로 같습니다. 그래서 승방 안에 있는 종을 치면 경자도 같이 울린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공명(共鳴)현상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주지 스님은 조소기의 설명을 듣고 몹시 기뻐했으며 승려들의 병은 모두 완전하게 나았다.
樂工曹紹虁 天下莫能以聲欺者. 與衛道弼偕掌樂. 洛陽有僧房中磬子 夜輒自鳴 懼而成疾. 求術士百方禁之 終不能已. 虁與僧善 來向疾 僧具以告. 俄 擊齋鐘 復作聲. 紹虁笑曰 明日可設盛饌 當爲除之. 僧有不信紹虁言 冀其或效 乃具饌以待之. 虁食訖 出懷中錯 鑢磬數處 其响遂絶. 僧苦問虁所以(虁云) 此磬與鍾律合 擊彼此應. 僧大喜 其疾亦愈.
-曹紹虁巧絶聲响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조소기가 음파(音波)와 음률(音律)과 공명(共鳴) 현상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소기가 줄칼로 경자에 줄칼로 흠집을 냈기 때문에 다른 종소리와 음률의 파동이 달라져서 공명을 일으키지 못하게 되었다.
구약성서의 신명기에는 모세의 후계자인 선지자 여호수아의 군대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여리고 성을 포위하고 7일 동안 구령에 맞추어 행진하다가 한꺼번에 일제히 나팔을 불고 함성을 질러 공명(共鳴)을 일으켜서 성벽을 무너뜨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공명(共鳴)은 칼 한 번 쓰지 않고 높고 큰 성벽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블로그에서 외치는 세미한 소리들이 지금은 미약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파문이 되어 지구 끝까지 퍼져 나가서 마침내 온 세상을 메아리치는 크나큰 울림이 될 것이다.
오래 전에 한 스승님께서 나한테 지어 주신 호(號)가 운림(雲林)이다. 운림은 뜻으로는 구름숲이지만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울림이 된다. 공명(共鳴)을 순수한 우리말로 울림이라고 한다. 내 조그마한 소리가 차츰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 온 천지를 울려 그릇된 지식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올바른 지식과 지혜의 공명(共鳴)을 일으켜서 우주를 가득 채우게 하는 것이 내가 이 땅에 살면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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