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을 아홉 번을 찌고 말려서 우주의 기운을 얻는다
20년쯤 전에 28살 된 처녀를 부모들이 데리고 왔다. 그 처녀는 키가 167센티미터였지만 몸무게가 30킬로그램 밖에 되지 않았다. 무슨 음식이든지 먹기만 하면 구토를 하거나 설사를 한다고 했다. 눈이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가 볼록하게 튀어나왔으며 뼈마디가 옷 위로 솟아올라서 마치 뼈에 가죽만 걸친 해골처럼 보여서 누구라도 한 번 보기만 하면 섬찟하고 소름이 쭉 끼칠 것 같았다.
18살 무렵 고등학교에 다닐 때 모델이 되겠다고 굶어서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이 거식증(拒食症)이 되어 그 때부터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했다.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니까 살이 차츰 빠져서 뼈와 가죽 밖에 남지 않게 되었고 치아가 다 빠져 버리고 하나도 없으며 생리가 없어진지도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 동안 부모들이 온갖 좋다는 약을 다 구해서 먹였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떤 것을 먹어도 소화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장의 기능이 허약하면 용의 고기를 먹어도 헛것이다. 지금은 간신히 흰죽과 과일즙만 먹고 산다고 하였다. 건더기 하나만 있어도 소화가 안 되어 하루 종일 꺽꺽거리고 구역질을 한다고 했다.
이런 환자들한테 줄 수 있는 약이 없다. 나는 콩과 팥을 제외한 여러 가지 곡식들을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을 반복하여 구전곡(九煎穀)을 만들어 죽을 끓여 먹거나 밥을 지어 먹도록 권했다. 그리고 누룩을 곱게 가루 내어 따뜻한 밥에 골고루 섞어서 10분쯤 두어 삭혔다가 먹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먹으면 소화흡수가 아주 잘 이루어진다.
구전곡(九煎穀)은 가장 소화 흡수가 잘되는 음식이다. 소화 기능이 몹시 허약하여 어떤 것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기운이 없으며 나무 막대기처럼 몸이 여위는 사람들한테 가장 좋은 것이 구전곡(九煎穀)으로 밥을 지어 먹는 것이다. 구전곡이란 쌀, 보리, 밀, 조, 율무, 수수, 귀리, 옥수수, 메밀 같은 여러 가지 곡식들을 아홉 번을 쪘다가 햇볕에 말리기를 반복한 것이다.

콩이나 팥을 제외한 여러 가지 곡식들을 각각 따로 아침에 한 시간 가량 쪄서 햇볕에 하루 동안 널어서 말렸다가 해가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들인다. 저녁에 거두어들인 것을 다시 다음날 아침에 한 시간 가량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 번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구전곡을 만드는 일은 봄철이나 가을에 하는 것이 좋다. 한 번 만들려면 9일이 걸리므로 일기를 잘 살펴봐서 9일 동안 맑은 날이 계속될 때 해야 한다. 찌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동안 햇볕이 나지 않을 때 내다 널어서는 안 되고 저녁에 이슬을 맞혀도 안 되며 건조기 같은 것에 넣어 말려도 안 된다.
아홉 번을 찌면 아무리 소화기능이 허약한 사람이라도 소화 흡수할 수 있도록 영양물질의 구조가 바뀌고 햇볕에 말리기를 9번을 반복하면 햇볕의 양기를 기득 받아서 영양성분의 밀도가 높아져서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구전곡을 먹으면 아주 적은 양으로 큰 힘을 낼 수 있고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기운이 넘치고 배가 고프지 않다. 곡식들에는 온갖 별에서 오는 우주의 기운이 들어 있고 햇볕을 쬐어 말리기를 반복하면 에너지가 더욱 응축된다.

일곡보일장(一穀補一臟)이라는 말이 있다. 한 가지의 곡식은 한 가지의 장부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보리쌀은 신장의 기운을 길러 주고 쌀은 폐를 윤택하게 하며 좁쌀은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밀은 심장의 기운을 길러 주며 수수는 간의 기운을 길러 준다. 옛 기록에도 오곡(五穀)과 잡량(雜糧)은 오장(五臟)의 기능을 길러 준다고 하였다.
그 처녀는 구전곡으로 죽을 쑤어 먹으면서부터 차츰 소화가 되기 시작하여 다른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몸무게도 늘어났으며 치아도 몇 개가 새로 돋아나왔고 그런대로 건강을 되찾았다.
구전곡은 소화기능이 약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거나 까닭을 알 수 없이 몸이 여위는 사람, 기력이 몹시 허약한 사람, 오랫동안 병을 앓아서 체력이 떨어진 사람, 날마다 소고기를 10근씩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 벽곡을 하는 사람, 산속에서 수련이나 수행을 하는 사람 등한테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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