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의 이치를 말하다
다음의 글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 발췌(拔萃)하여 번역한 것이다.
의술의 이치는 오묘하다. 그 차원에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천의(天醫)라고 하고 둘째는 지의(地醫)라고 하고 셋째는 인의(人醫)라고 한다.
천의는 하늘이 내린 병을 신통하게 치료하는 의사이다. 옛 중국의 은(殷)나라의 성탕(成湯)이라고 하는 임금은 7년 동안 극심한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고초를 겪을 때 상림(桑林)이라는 곳에서 기우제를 지내서 온 누리에 큰 비가 오게 하여 오곡백과(五穀百果)를 풍성하게 거두어들이고 백성들은 모두 즐거워하였다. 이와 같은 큰 공은 천의가 아니고서는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지의(地醫)는 산하대지(山河大地)에서 생기는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데 신통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고대 중국 우(虞)나라의 순(舜) 임금과 하(夏)나라의 우(禹) 임금은 9년 동안 범람한 물과 무너지는 산을 잘 다스려서 나라에 해마다 크게 풍년이 들고 온 백성이 건강할뿐더러 모든 생명체가 살기 좋게 만들어 지상천국을 이룩하였다.

인의(人醫)는 사람의 몸에서 생기는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으로 옛 중국의 뇌공(雷公)과 기백(岐伯), 편작(扁鵲), 창공(蒼公) 같은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약을 써서 사람의 질병을 고치는데 신통한 사람들로 역사에 그 이름이 남아 있다.
천의(天醫)와 지의(地醫), 인의(人醫)의 이 세 종류의 의사가 있어야 온 천하를 바로잡을 수 있고 모든 만물과 생명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가 있다.
의원은 천지자연의 모든 이치에 통달해야 한다. 원기를 회복하여 보하는 묘방(妙方)을 알고 영(靈)과 기(氣), 그리고 정신(情神)의 조화를 정신집중과 수양을 통해 깨달아야 의원이 될 수 있다. 마음을 통일하면 지혜가 밝아져서 저절로 신령(神靈)해지고 영과 신이 서로 통하면 모든 이치를 밝게 깨닫게 되어 못 고치는 병이 없고 못 살리는 사람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어진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간장(肝臟)은 사람의 성품(性品)을 담당하는 기능이 있다. 성품이 부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간장이 튼튼해지면 강건한 성품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의(醫)는 마땅할 의(宜)자와 같다. 자연의 원리에 마땅하게 하고 대의(大義)에 마땅하게 하고 본분에 마땅하게 하여 그 기운이 조화로우면 그 묘함을 얻게 되고 묘함이 조화로우면 신통(神通)함을 얻게 되는데 그 얻는 방법은 신(神)과 기(氣)가 같은 이치이다.
옳고 참된 마음을 지니면 병이 있을 수 없고 모든 병을 고치는 데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 폐에는 기운을 간직하고 있으니 원기가 부족하면 그 기운을 나게 해 주고 그 기운을 보충하여 준다.
의(醫)는 떠날 리(離)자와 같은 것이다. 사심(私心)을 버리고 사욕(私慾)을 버리고 재물을 탐하는 마음도 버려야 한다. 기가 조화로우면 병 없이 장수하고 마음이 조화로우면 도가 이루어지고 신술(神術)이 이루어진다. 또한 죽음에 이르렀다가도 살아나서 장수할 수 있게 된다.
심장(心臟)에는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 정신이 부족하면 그 정신을 보하여 강건하게 한다.
의(醫)는 다를 이(異)자와 같은 것이다. 속이는 기술도 아니고 요술도 아니라 신기한 이인(異人)의 술법이다.
의(醫)는 의원 의(醫)자와 같은 것이다. 약으로 질병을 치료하면 장수하고 침으로 병을 치료하면 죽을 사람도 살아나고 뜸으로 병을 고치면 늙지 않고 오래 살고 신령(神靈)한 약과 기묘(奇妙)한 침으로 병을 치료하면 죽어가던 사람도 다시 살아난다.
의는 옳을 의(義)자와 같다. 의는 의지할 의(依)자와 같다. 의는 뜻 의(意)자와 같다. 의는 헤아릴 의(擬)자와 같다. 의는 아름다울 의(懿)자와 같다. 의는 굳셀 의(毅)자와 같다.

무엇을 여덟 가지 의원이라 하는가? 의원에는 여덟 가지 등급이 있는데 첫째가 심의(心醫)요, 둘째가 식의(食醫)요, 셋째가 약의(藥醫)요, 넷째가 혼의(昏醫)요, 다섯째가 광의(狂醫)요, 여섯째가 망의(妄醫)요, 일곱째가 사의(詐醫)요, 여덟째가 살의(殺醫)이다.
심의(心醫)라고 하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늘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도록 하고 병자가 마음을 움직이지 말게 하며 위태할 때에도 진실로 큰 해가 없게 하며 반드시 그 원하는 것을 극진히 따르는 사람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기운이 편안하기 따름이다. 그러나 병자와 더불어 술을 마시고 깨어나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이는 심의가 아니다.
식의(食醫)라고 하는 것은 달게 음식을 잘 먹게 하는 것이니 입이 달면 기운이 편안하고 입이 쓰면 몸이 괴로워지는 법이다. 음식에도 성질이 차고 더운 것이 있어서 병을 치료할 수 있는데 어찌 쓰고 시거나 마른 풀이나 썩은 뿌리라고 핑계를 댈 수 있겠는가. 지나치게 먹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 의원이 있는데 이는 식의가 아니다.
약의(藥醫)라고 하는 것은 다만 약방문에 따라 약을 쓸 줄만 알고 비록 위급하고 곤란할 때에 이르렀어도 약을 권하기를 그치지 않는 사람이다. 혼의(渾醫)라고 하는 것은 위태한 지경에 처하여 먼저 당혹해 하고 급한 때를 당하면 문득 망연하여 혼혼하기가 마치 실성한 것 같아서 조치할 바를 알지 못하므로 일을 하더라도 무슨 일인지를 알지 못하고 말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를 깨닫지 못하여 우두커니 앉아서 잠을 자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이다.

광의(狂醫)라고 하는 것은 자상하게 환자를 살피지 아니하고 갑자기 열약(熱藥)과 침구 등을 마음대로 거리낌 없이 쓰며 스스로 나는 귀신을 만나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하다가 만약 무당이 푸닥거리를 하는 것을 보면 그 속에 뛰어 들어가서 술에 취하여 춤을 추는 사람이다.
망의(妄醫)라고 하는 것은 목숨을 건질 약이 없거나 병자가 있는 곳에서 말해서는 되지 않는 말인데도 함부로 말하기를 꺼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의(詐醫)라고 하는 것은 마음으로는 의원이 되려고 하나 실제로는 의원이 되지 못하고 의술을 잘못 행하며 온전히 의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살의(殺醫)라고 하는 것은 약간 총명한 점이 있어서 스스로 의술이 넉넉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의 여러 일을 겪어보지 못하여 인도와 천도에 통달하지 못하여 병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진 적이 없어서 병에 이기기를 좋아하는 뜻을 굳게 지켜서 동쪽을 가지고 서쪽을 겪으며 말을 먼저 하고 난 뒤에야 마음에 구하는데 구하여도 얻지 못하면 부회(復回)하지만 그 의리에 합당하지 않으니 어찌 진실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부끄럽지 않겠는가.
아직도 미혹한 사람한테는 자랑을 하며 거만하여 신인(神人)을 소홀히 여기며 종종 직업에 미혹한 짓을 범하니 지금 당장 나타나는 재액(災厄)은 없다고 할지라도 어느 때에 그 행동을 고칠 수 있겠는가. 이를 살의(殺醫)라고 하는 것이다. 살의라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옳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을 그르다고 여기어 능멸하고 거만하게 구는 무리이다. 최하의 쓸모없는 사람이니 마땅히 자기 한 몸은 속을지언정 다른 사람은 죽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무심(無心)한 의원이 있으니 마음은 살리려고 하나 근본적인 활인심(活人心)이 없는 것이니 생이 없다면 병도 없을 것이요, 병도 없다면 의술도 없을 것이요, 의술이 없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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