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이야기

소경 거지의 꿈

장생불사 2020. 2. 22. 20:50

소경 거지의 꿈

 

옛날 고향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한 독장수가 독을 팔러 다니다가 자주 길에서 마주치는 한 소경 거지가 있었다. 서로 같은 지역 안을 열심히 다니다 보니 자주 마주치게 된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날 독장수가 독을 지게에 지고 고개를 넘어가다가 산비탈 나무그늘 밑에 지게를 받쳐 놓고 쉬면서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다. 그 때 거지도 산을 넘으려고 지팡이를 짚고 더듬거리며 오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독장수가 소경한테 물었다.

 

무엇이 좋아서 싱글거리면서 급하게 어디로 가는가?”

 

소경이 대답했다.

 

요 산 너머 김첨지네 회갑잔치에 가는 중이라네.”

 

그런가? 그 환갑잔치는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네만 무슨 일로 그렇게 싱글벙글거리는가? 소경이 예쁜 것 한 번 본 적이 없고 웃을 만큼 좋은 일이 무엇이 있는가?”

 

소경이 지팡이 끝에 엽전이 한 개 끼어 있는 것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내가 지팡이를 짚고 오다가 엽전 한 냥이 지팡이 끝에 끼었다네. 이처럼 기쁜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엽전이 저절로 소경 지팡이 끝에 꿰이는 일은 골프를 칠 때 홀인원을 100번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그래. 그 한 냥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

 

엽전 한 냥이면 그 때 쌀 한 짝 값이었다. 소경으로서는 일생에 한 번도 만져 볼 수 없는 돈인 것이다. 소경한데 아무도 돈으로 동냥을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 말해 보게. 그 한 냥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것으로 병아리를 사지. 암탉과 수탉을 사서 키우면 그 놈들이 자라서 알을 낳고 병아리가 늘어나고 그 병아리들이 크면 그것을 팔아서 돼지를 살 것이네. 돼지를 키워서 새끼를 많이 낳으면 그것을 키워서 팔아서 송아지를 살 것이네. 그 송아지를 키워서 팔아서 돈을 많이 벌면 집을 지을 것이네. 집을 짓고 난 다음에는 장가를 들 것이네.”

 

자네 주제에 시집 올 여자가 있기는 하겠는가?”

 

돈만 있으면 시집 올 년들이 많이 있다네.”

 

그래? 마누라를 얻어서 무엇을 하려는가?”

 

어찌 마누라만 얻겠는가? 첩도 얻어야지.”

 

나도 첩을 얻었다가 혼이 났다네. 첩은 얻지 말게.”

 

무슨 소리. 남자 하나를 두고 두 여자가 서로 쌈질을 한다면 남자가 그만큼 잘났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맞는 말인 것 같네. 그런데 두 여자가 서로 싸우면 집안이 시끄럽지 않겠는가? 내 생각이 어떤가?”

 

여자들이 서로 싸우면 왜 싸우느냐 하고 호통을 치며 지팡이로 마구 패 주겠네.”

 

소경 거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지팡이를 힘껏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소경이 휘두르는 지팡이가 지게 작대기를 건드려 지게가 넘어지면서 독이 모두 와장창 깨져서 박살이 나고 말았다.

 

독이 다 깨져 버렸으니 자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독 값을 물어주겠네. 얼마인가?”

 

한 냥이네.”

 

자 여기 있네. 가져가시게.”

 

이렇게 해서 소경거지의 꿈이 한 순간에 깨어져 버렸다. 남자는 거지라고 해도 능력이 없어서 바람을 못 피우는 것이다. 열 계집 마다 할 사내가 없다는 엣말이 있지 않은가.